이번 글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제텔카스텐의 핵심적인 요소에 대해서 다루어 보려고 한다. 어떤 점들이 다른 여러 기록 시스템 중 제텔카스텐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인가? 특히, 최근에 제텔카스텐이 점점 더 주목을 받으면서 온라인에도 한글로 된 자료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소개된 내용이 피상적이라고 느꼈던 경우가 많아서,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공유해 보려고 한다.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

제텔카스텐을 시도해 보면 사람마다 선호하는 소프트웨어, 사용하는 운영체제, 기기 등에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관심 있는 분야도 확연한 차이가 있어, 조금씩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나의 상황에 맞추어 디테일을 변경하더라도 시스템의 핵심을 이해하고 이를 잘 유지해야 효과가 잘 유지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름대로 시스템에 맞추어 메모를 작성하는 것 같은데도 실제적인 효과를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된다. 기껏해야 메모를 보관하는 저장고가 되거나 생각의 무덤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1. 제텔카스텐은 단순한 메모 저장고를 넘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생각을 개발해 내는 도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한가지 원리를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잘 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서이다. 내가 노트를 잘 작성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마다 시스템의 핵심적인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나의 노트는 하나의 주장만 (Atomic Notes)

일반적으로 공부한 것을 기록하는 가장 보편적인 단위는 내가 공부한 단위이다. 수업이라면 매 수업마다 핵심을 기록하고, 하나의 강의를 하나의 문서로 만들고, 하나의 기사를 읽고 하나의 요약본을 만드는 식이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graph LR; 정보 --가공--> 노트

그러나 제텔카스텐은 각 노트가 단 하나의 주장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특성을 원자적 (atomic) 이라고 하는데, 원자와 같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의미이다2. 사실 우리가 습득하는 정보들 (강의, 책, 기사 등) 은 단일한 아이디어가 아니며, 여러 사실과 주장이 포함되어 맥락 (context) 을 형성하고 있다. 제텔카스텐의 핵심적인 원리는, 여기서 각각의 사실과 주장을 추출해 내야만 비로소 아이디어들을 비교하고 연결하며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요소를 독립적인 노트로 만들지 않고 글 전체를 하나의 노트로 만들게 되면, 노트가 특정한 맥락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노트 간의 연관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새로운 맥락에서 재사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레고 블록

레고에 비유해 보자면, 우리가 습득하는 정보는 완성된 레고 작품에 비유할 수 있다. 여러 블록들이 합쳐져 하나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레고 작품은 그 자체로 의미를 전달하지만 다른 작품을 만들 때 재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레고를 분해하여 각각의 블록들을 가지고 있으면 이들을 훨씬 쉽게 다른 작품에 재사용할 수 있다.

정보도 이와 같아서 우리가 정보를 습득한 모양 그대로 노트로 만들어 두면 다른 노트와 연결/비교하거나 새로운 글을 쓸 때 활용하기가 어렵다. 반면 정보를 구성하는 여러 주장이나 사실들을 분해하여 원자적인 노트로 만들어 두면 (atomic notes) 이런 노트들을 잘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글을 쓸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atomic note 들을 만들다 보면 서로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나온 노트들이 연결되어 기존에 없던 아이디어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텔카스텐의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graph LR; n1(["보편적 지식 (노트)"]); n2(["보편적 지식 (노트)"]); n3(["보편적 지식 (노트)"]); 정보 --추출--> n1; 정보 --추출--> n2; 정보 --추출--> n3; n2 --가공--> 맥락1; n3 --가공--> 맥락1; n1 --가공--> 맥락2; n2 --가공--> 맥락2;

이렇게 하나의 주제만을 담는 노트들을 완성도 있게 작성해 나가면 (참고: 제텔카스텐: 어떻게 지식을 기록해야 하는가), 노트 작성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맥락에서 노트들이 사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습득한 내용이 지속적으로 재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생산성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참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생산성 갖추기), 잘 작동하는 것을 경험해 보면 무엇보다도 즐거운 시스템이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노트 작성 과정이 정답을 찾는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것이다. 즉 내가 작성하는 노트는 정보의 원 저작자가 사용했던 단위 사실들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노트를 작성하는 개인의 역량이나 관심사에 따라 같은 정보에서도 전혀 다른 노트들을 만들 수 있다.

graph LR; k1([보편적 지식]); k2([보편적 지식]); n1(["보편적 지식 (노트)"]); n2(["보편적 지식 (노트)"]); n3(["보편적 지식 (노트)"]); k1 --가공--> 정보; k2 --가공--> 정보; 정보 --추출--> n1; 정보 --추출--> n2 정보 --추출--> n3; n2 --가공--> 맥락1; n3 --가공--> 맥락1; n1 --가공--> 맥락2; n2 --가공--> 맥락2;

본 포스팅에서는 내가 제텔카스텐을 사용하면서 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특징인 원자적 노트에 대하여 적어 보았다. 제텔카스텐에는 이외에도 내 언어로 노트 쓰기, 한 곳에 모든 노트를 모아두기, 연결을 중요시하기 등의 중요한 특징들이 많다. 제텔카스텐을 운영하면서 이러한 핵심 요소들과 그 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지식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 <제텔카스텐>, 숀케 아렌스, 2021. 

  2. 원자는 더 많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atomic 이란 표현은 여전히 더 이상 나눌수 없는 것을 표현할 때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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