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이나 연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논문을 읽으며 보내게 된다. 그래서 논문을 잘 읽고 내용을 효과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생산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본 글에서는 내가 제텔카스텐을 활용하여 논문을 읽고 기록하는 프로세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제텔카스텐을 만든 니클라스 루만 본인이 학자였던 만큼 논문에 제텔카스텐을 적용하는 것은 쉬우면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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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

  1. 먼저 논문을 읽으며 하이라이트를 남긴다. 하이라이트는 내가 새로 알게된 것, 기억하고 싶은 것,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표시하며, 간단하게 메모를 남겨도 좋다. 이 때는 하이라이트의 내용을 자세하게 정리하지 않고, 나중에 찾아볼 위치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논문을 이해하는데 집중한다 (참고: 자이가르닉 효과: 생각도 오프로딩이 필요하다).
  2. 논문을 다 읽은 뒤, 하이라이트를 추출하여 마크다운 파일로 변환한다. 내가 논문 관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Zotero (참고: 제텔카스텐을 위한 레퍼런스 관리 도구) 에는 이 과정을 클릭 한 번으로 수행해 주는 zotfile 과 같은 플러그인이 있다. 내가 남긴 하이라이트 및 메모를 목록으로 만들어 주며 원본 파일로 연결되는 링크까지 생성되어 매우 유용하다.
  3. 추출한 파일을 Obsidian 으로 가져온 후 Highlight 노트를 만든다 (참고: Obsidian: 마크다운 기반 제텔카스텐 도구).
    • 내가 표시한 하이라이트를 하나씩 검토한다. 하이라이트한 문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하여 하나의 문장이나 단어로 만들고, 이를 하나의 노트로 만든다. 이 때 노트는 하나의 주제만을 담고 있어야 하며, 원래 논문을 찾아보며 나중에 봐도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완성도 있게 적는다.
    • 여러 개의 하이라이트가 하나의 주제를 말하고 있다면 이들을 묶고 노트로 만든다. 반대로 이미 같은 내용을 의미하는 노트가 존재한다면 해당 노트의 내용을 보충한 후 링크를 남겨둔다.
    • 모든 하이라이트들을 검토하며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잘 수행했다면, 하이라이트들이 각각 노트와 연결되게 되고 논문이 어떤 세부 주장/사실들로 이루어졌는지 드러나게 된다.
    • Highlight 노트 맨 위에 논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는 summary 를 작성한다. 논문이 무엇을 문제점으로 제시했는지,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풀었는지를 한두 항목의 목록으로 정리한다. 사실 논문을 읽으며 얻는 정보는 위의 노트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모두 정리되지만, 종종 논문별로 내용을 소개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때에는 이런 summary 가 도움이 된다.

위 과정은 제텔카스텐의 핵심: Atomic Notes 포스팅에서 소개한 것처럼 논문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정보들을 추출하여 각각을 연결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같은 분야의 논문을 위와 같이 정리하다 보면 금방 해당 분야의 주요 문제점이 파악될 뿐만 아니라, 문제점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해결책이 문제점별로 정리된다. 이는 논문별로 내용을 정리하는 일반적인 방법에 비해 제텔카스텐이 뛰어난 이유 중 하나이며, 실제로 훨씬 빠르게 연구 분야 전반을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주의사항 & 팁

  • 보편적인 내용을 추출하여 노트로 작성하기: 위 과정을 수행하면서 쉽게 빠지는 실수 중 하나는 “논문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논문에서 정의한 단어라던가, 논문이 제안한 시스템의 구체적인 부분을 요약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제텔카스텐을 사용하는 목적은 보편적인 개념을 노트로 만들어 재사용하려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논문에서 정의한 단어를 정리하기보다는, 왜 논문에서 그런 단어를 정의했는지, 시스템을 그렇게 구현한 이유가 무엇인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를 파악하여 적어야 한다. 단어나 시스템의 구성은 논문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지만, 어떤 문제를 구분하기 위하여 단어를 정의했는지, 어떤 한계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스템을 구성했는지는 보편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내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 생활 중 분명하게 경험한 한 가지는 논문을 읽기만 하고 내 언어로 기록해놓지 않으면 100%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논문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 들인 시간을 생각해 보면 아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생산성 갖추기 - 지식의 누적). 처음 정리를 시작할 때에는 노트 작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꽤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데, 이를 필수적인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특정 분야에 대한 노트가 많이 쌓이다 보면 노트 정리에 걸리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 연구 아이디어 발견하기: 제텔카스텐을 활용하여 논문을 정리할 때 가장 흥분되는 순간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동일한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것을 발견할 때일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분야의 유사성을 발견하면 여러 연구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게 되는데 (이 문제를 다른 분야에서는 어떻게 해결했는가?), 이는 우리가 학습한 내용을 주제별로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참고: 적극적으로 링크를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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